이 9단은 18일 중국 창사(長沙)에서 열린 제5회 춘란배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 9단에게 21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승 1패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대회 2년 연속 우승으로 상금은 15만 달러(약 1억5000만 원).
당초 이 9단은 결승 1국에서 반집패를 당해 불안감을 안겼으나 2, 3국에서 연속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이 9단의 국제기전 우승 기록은 22회(비공식 기전 2회 포함)로 늘어났다. 특히 이 9단은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외국선수에게 한번도 지지 않아 ‘이 9단이 결승에 오르면 한국 팬들을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는 신화를 이어갔다.
이 9단은 지난달 치러진 국수전에서 최철한(崔哲瀚) 9단에게 0-3으로 완봉패했고 1월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대만 중환배 등 국제기전에서도 연패해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2월 열린 농심 신라면배에서 5연승으로 한국팀에 기적 같은 우승을 안기며 ‘건재’를 과시했다.
국내 바둑계는 이번 춘란배 우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춘란배 직전 열린 잉씨배 결승에서 최철한 9단이 중국 창하오(常昊) 9단에게 1-3으로 패했다. 중국으로선 2000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위빈(兪斌) 9단이 우승한 이래 자국 기사가 5년 만에 국제대회 우승을 거두는 경사였다.
김승준(金承俊) 8단은 “만약 이번 춘란배에서마저 이 9단이 졌다면 중국 기사들이 ‘공한증(恐韓症)’에서 벗어나 세계대회에서 한국 독주가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국에 임한 이 9단은 농심배 당시 중국 선수를 상대로 승리한 포석을 들고 나와 중반 저우 9단의 느슨한 수를 응징하며 낙승을 거뒀다. 김성룡(金成龍) 9단은 “이 9단이 최 9단과의 대결에서 지긴 했지만 부족했던 전투력을 보강한 것 같다”며 “실력이 예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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