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60초가 지나갈 때 이 9단은 움찔하고 돌을 내려놓을 듯하다가 곧 포기한 채 계속 수읽기에 몰두한다. 4번, 3번, 2번…. 초읽기의 횟수가 하나씩 줄어든다.
이 9단도 알고 있다. 흑에 완벽히 걸려들었다는 것을. 하지만 혹시 생각하지 못한 수가 있는지 끝까지 판을 더듬어 본다. 마지막 60초가 남자 그는 머리를 흔들며 백 140을 내려놓는다.
한번 방향이 결정되면 그 이후는 쉽다. 백 146까지 주르륵 판 위에 놓인다.
이번엔 최철한 9단이 수읽기를 시작한다. 최 9단 역시 백의 반격 수단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2분 40초 만에 흑 147을 내려놓는다. 이 수로 백을 잡는다는 확신에 찬 손길이었다. 작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맹수처럼 최 9단은 흑 149에 8분 50초, 흑 151에 1분 35초를 썼다. 이 9단은 151을 보자 돌을 던졌다. 이 9단은 큰 시름을 던 듯 바로 복기를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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