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균]연금개혁 여야 합의 기대한다

  • 입력 2005년 3월 29일 19시 05분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 시도가 무산될 처지에 있다. 역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2002년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추계를 실시한 결과 2030년 중반부터 재정불안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부는 곧바로 재정안정 대책을 마련해 그것을 국민연금법 개정안으로 입안했다. 이를 국회에 제출한 것이 2003년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6대 파장국회는 연금개혁을 제대로 논의할 수 없었다. 결과는 회기 만료로 인한 자동폐기였다.

2004년 총선 이후 정부는 새로 출범한 17대 국회에 다시 한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사정은 전보다 악화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정부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던 2004년 말 한나라당은 느닷없이 기초연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상정했다. 그 안은 현행 연금제도의 골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재정안정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부안과는 논의의 차원이 달랐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정부안 중 보험료 인상은 빼버린 채 급여수준 인하만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논의가 이같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2월 임시국회도 성과 없이 끝났다.

정부는 이제 4월 임시국회에 대비해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에도 연금개혁 문제 때문에 멍들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그만큼 연금개혁은 정치적 난제 중의 난제다. 이러한 난국을 용케 빠져나온 대표적 사례가 영국 스웨덴 독일 일본 캐나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다. 그 배경에는 공통 요인이 있었다.

첫째, 연금개혁은 단번에 완성할 수 없다는 명제를 그들은 실천에 옮겼다. 이들 국가는 십수 년에 걸쳐 크고 작은 수정 작업을 지속한 끝에 1단계 개혁을 완성할 수 있었다.

둘째, 연금개혁의 주목적을 재정안정화에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조기퇴직 증가, 저성장 고실업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와 이에 따른 재정의 불안정성 등이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셋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치인들도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해 연금을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당파적인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거나 여야 합동으로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연금개혁에 관한 한 야당도 집권하면 재정안정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정직하고 성실한 판단의 결과다.

우리의 경우 1988년부터 연금제도가 시행됐고 정부가 시도한 제1차 연금개혁은 1998년에 부분 성공했다. 재정안정화가 연금개혁의 주목적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 연금개혁의 역사도 이럭저럭 ‘10년 숙성기’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합의를 한번쯤 기대해봄직하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전면 합의 분위기까지 가지 않는다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체면을 생각할 때 부분적 합의는 최소한의 구성요건이 된다. 이때 부분적 합의는 반드시 또 다른 연금개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4월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당사자인 여야와 정부가 지금부터 합의의 산물을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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