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독일행…’
북한 축구가 홈 2연패를 당하며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은 30일(이하 현지시간) 평양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이란과의 경기에서 전반 34분과 후반 34분 잇따라 골을 허용, 0-2로 패했다.
지난 25일 바레인전(1-2 패)에 이은 홈 2연패. 이로써 북한은 최종예선 6경기 중 3경기에서 무승부도 없이 3패(승점 0)만을 기록, 조 1-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진출이 다소 힘들게 됐다. A조 3위와 맞붙는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
전반 중반까지 양팀은 상대 문전을 향해 위협적인 슈팅을 교환하며 탐색전을 벌여 나갔다. 북한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전반 25분경부터 공세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어이없는 자책성 골 하나로 균형이 깨졌다. 그것이 자국 문전에서 나왔다는것이 첫승을 노리던 북한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전반 34분 북한 진영 중앙에서 이란의 메흐디 마흐다비키아가 프리킥한 볼을 문전에 있던 북한의 한성철이 머리로 쳐낸다는 것이 그만 오른쪽 골네트로 들어가 버린 것. 북한 골키퍼 김명길이 몸을 날려 막으려 했으나 허사였다.
홈 2연패를 당할 수 없다는 듯 북한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전반 44분에는 남성철이 문전 혼전 중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볼은 이란 골키퍼 가슴으로 향하며 아쉽게 동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들어 북한은 더욱 거세게 이란을 몰아붙였다. 후반 초반 상대 문전을 향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던 북한은 후반 8분 김영준이 상대 진영 중앙에서 강하게 왼발슛 한것이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홈경기 2연패’ 위기가 너무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을까. 북한 선수들은 마음이 급한 듯 잦은 패스미스로 공격연결이 수시로 차단당했고 수비에서도 무리한 반칙을 범하기 일쑤였다. 다양한 루트로 상대 문전을 위협했으나 슈팅찬스에서 패스연결을 시도하는 등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경기운영을 선보였다.
총공세를 펼치던 북한은 오히려 이란의 역습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추격의지가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후반 34분 북한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이란의 알리 카리미가 반대쪽 문전으로 한번에 찔러준 볼을 자바드 네쿠남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 북한 골네트를 가른 것.
1점이라도 뽑기 위한 북한의 막판 반격은 그러나 후반 40분 김영준의 퇴장으로 물거품이 됐다. 상대 문전으로 쇄도하던 남성철이 이란 수비수와 부딪혀 넘어진 것을 두고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자 북한 선수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김영준이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은 것.
이란은 이날 승리로 최종예선 무패행진(2승 1무)을 이어가며 승점 7을 획득, B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게다가 잔여 3경기 중 2경기를 홈에서 치르게 돼 한결 수월한 레이스를 펼칠 전망.
북한은 오는 6월 3일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최종예선 첫승에 재도전한다.
고영준 스포츠동아 기자 hot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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