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내 아이가 먹을 음식이라면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45분


“잘하고 있는 학교도 많은데 어째서 모든 학교 급식이 불량한 것처럼 보도하는 겁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9일 발표한 학교 급식 위생 상태 점검 결과에 대한 보도 내용을 놓고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는 한결같이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언론에 오르내린 한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이 병을 앓은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 결과 식중독 균이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학교 급식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식중독 균 배양 검사는 병이 발생한 후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해 실시한다. 환자가 먹은 모든 음식을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인 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 56건 중 원인 균이 검출된 것은 41건뿐이고 나머지 15건은 원인 균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원인 균이 나왔는가 안 나왔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수백 명의 학생이 학교에서 식사를 한 후 동시에 식중독을 앓았다는 사실이다. ‘원인 균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학교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대응은 학교 급식의 주체로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진 교사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학교 급식의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점검을 받은 769개 학교 급식소 중 706곳은 적합한 시설과 재료를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급식소의 위생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흔히 하는 농담 중에 ‘먹고 죽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학교 급식 후 발생한 식중독으로 수천 명의 학생이 병원 신세를 졌지만 다행히 목숨을 잃은 사례는 없었다. 그래서 ‘죽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학교 급식을 통한 식중독 사건이 늘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급식 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단속과 소비자단체의 감시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스스로의 노력과 정성이다. ‘자기 집 주방이면 그렇게 관리했을까.’ ‘자기 아이가 먹을 것이라면 음식을 그렇게 보관했을까.’ 하루 종일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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