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2일 소련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은 최초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감상하며 찬탄했다. 가가린은 108분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도는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첫 유인우주선 탑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1968년 달 착륙에 대비한 훈련 도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소련은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데 이어 1961년 ‘보스토크’에 가가린을 태워 보냄으로써 미국과의 우주탐사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섰다. 소련은 1965년에는 알렉세이 레오노프를 우주 공간에 풀어 놓고 헤엄치게 해 또다시 미국의 기를 죽였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할 때까지 열등감에 시달렸다.
사실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이 가가린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은 은폐해 버리는 소련의 비밀주의 때문.
1960년 이탈리아의 무선 통신사들은 우주에서 전해지는 러시아어를 들을 수 있었다. 소련의 인공위성 궤도가 이탈리아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용은 “전 세계에 SOS…” “왜 대답이 없지, 세상은 우리를 모를 텐데…” 등의 절망적인 대화들.
당시 미국은 침팬지를 우주선에 태워 보내는 등 신중하게 유인 우주비행을 준비했다. 반면 소련은 무턱대고 비행사들을 우주로 실어 보내 희생을 낳고 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소련이 인정한 사실은 가가린보다 3주 전에 발렌틴 본도렌코가 우주선에 탔다가 화재사고로 사망했다는 것뿐. 결국 ‘최초로 우주에서 생환한 사람은 가가린이지만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은 정설이 됐다. 가가린조차 착륙 방법이 막연해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하니 대단히 운이 좋은 비행사였음이 분명하다.
가가린의 비행으로부터 20년 뒤인 1981년 4월 12일, 미국은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쏘아 올렸다. 로켓보다는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동체가 무사 귀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류는 편안한 ‘우주여행’을 꿈꿨다. 하지만 그 컬럼비아호도 2003년 비행 때 폭발하고 만다. 우주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김준석 기자 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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