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휴일 줄일 필요 있다

  • 입력 2005년 4월 11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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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내년부터 개천절을, 2012년부터는 어린이날과 현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해 일하는 날을 며칠이라도 늘리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공휴일이 선진국보다 많아 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건의라고 본다. 7월부터 주 5일, 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 속의 무한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대한상의가 따져본 2006∼2025년의 공휴일 수는 토, 일요일과 중복되는 날을 제외하고 한국 연평균 10.3일, 미국 10.0일, 프랑스 8.8일, 대만 7.8일이다. 연차휴가 일수를 감안한 근로자 휴무일도 한국은 연간 136∼146일로 미국 114일, 일본 129∼139일보다 많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노동생산성 3∼4배, 1인당 국민소득 2배가 넘는 부자나라다. 휴일까지 많아서야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근로 시간 감소가 일자리 증가는커녕 경제성장 둔화와 분배 여력의 감퇴만 불러왔다는 것이 유럽 복지국가들의 생생한 경험이다. 올해 프랑스는 근로시간을 늘리기 위해 주 35시간 근무제 완화법을 만들었다. 노사합의를 거쳐 주당 48시간까지 일하도록 바꾼 것이다. 독일 지멘스도 지난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대신 근로시간을 늘리는데 합의했다. 이들은 근로시간 축소가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추락한데는 투자 기피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다 일하는 날까지 줄어들면 성장률 하락과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배고픈 휴일’이 근로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영업자들이 겪게 될 소득 감소와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더 일하고 더 벌 수 있도록 공휴일을 줄이고 기업의 휴가 휴무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식목일과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공무원 특별휴가를 줄이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제헌절에도 일하는데 개천절에 일하지 못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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