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올드보이 VS 영보이…‘떼도적’ 실러 페스티벌에 초정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09분


《올해는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폰 실러(1759∼1805)의 200주기가 되는 해. 이를 기념해 국립극단은 실러의 연극 ‘떼도적’을 29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군도(群盜)’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진 ‘떼도적’은 실러가 1781년에 쓴 처녀작이자 대표작. 길이도 5막 15장이나 되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단막극으로는 국내에서 몇 차례 공연된 적이 있지만 전막 공연은 이번이 처음. 특히 이 작품은 6월 4∼12일 독일 만하임에서 열리는 ‘국제 실러 페스티벌’에 공식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 3시간 30분의 대작

‘떼도적’은 정의감 넘치던 사람이 사회의 악덕에 의해 어떻게 범죄자로 전락하는지를 그려낸 작품이다.

5막 15장 공연을 원작대로 하면 두 번의 휴식 시간을 포함해 5시간 반 쯤 걸리지만 연출을 맡은 이윤택 국립극장 예술감독은 한 번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3시간 반의 공연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떼도적’이 초청된 ‘국제 실러 페스티벌’은 2년마다 열리는 행사. 베를린앙상블을 비롯해 각국의 유명 극단이 참가하는 세계 유일의 실러 페스티벌이다. 아시아 극단이 이 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

평균 연령 71세의 ‘올드보이’팀(위쪽)과 평균 연령 43세인 ‘영보이’팀이 각기 다른 느낌의 ‘떼도적’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연출을 맡은 이윤택 감독은 “실러의 본고장에서 실러의 작품으로 공연하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특히 ‘떼도적’이 공연될 만하임 국립극장 오페라하우스는 실러가 이 작품을 초연했던 곳이어서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 연륜이냐, 에너지냐

이번 ‘떼도적’ 공연에서는 무엇보다도 캐스팅이 관심거리다. 이 감독은 주연 배우를 ‘올드보이’와 ‘영 보이’ 두 팀으로 나눠 캐스팅했다.

‘올드보이’ 팀의 평균 연령은 71세. ‘영 보이’ 팀은 45세.

‘올드보이’ 팀은 연극계 원로배우인 장민호(81),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가 33년 만에 고국 연극무대에 서는 오순택(73), 국립극단 출신 배우 신구(70),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로 잘 알려진 오영수(61)로 구성됐다. ‘영보이’ 팀은 극중 고령인 모르 백작 역을 맡은 김재건(58)을 제외하고는 주진모(46) 이상직(39) 서상원(37) 등으로 꾸려졌다.

오영수는 “요즘 어느 무대에 서든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어른들’을 모시고 공연하게 됐다”며 웃었다.

같은 대본, 같은 연출이지만 공연 시간은 올드보이 팀이 10분 정도 길다. “입퇴장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라고 농담하던 이 감독은 “올드보이들은 가만히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연륜이 묻어나고 영 보이팀은 역동성과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했다.

두 팀 중 어느 팀이 실러 페스티벌 폐막 공연에 가게 될지는 미정. 이 감독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뒤 잘하는 팀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02-2280-406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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