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으로 나온 서울고검 노명선(盧明善) 검사가 ‘일본경찰의 붕괴’라는 책을 거론하며 “이 책을 보면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일본은 경찰이 유흥업소 업주, 야쿠자 등과 유착하는 바람에 (범죄자) 검거율이 20%대로 떨어졌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경찰대 이동희(李東熹) 교수는 “저자가 경찰에 비판적인 인물이라 그 책은 편향돼 있다”면서 “일본 검찰을 비판한 책은 내가 갖고 있는 것만도 10권이 넘는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는 검찰과 경찰 양측에서 발제자로 나온 자문위원 4명과 토론자 4명, 검찰과 경찰 인사들이 대다수인 방청객 등이었다. 자문위원들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자리였다.
그러나 토론은 지지부진했고 방청객에게 발언권이 돌아가 노 검사가 경찰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자 양측은 서로 발끈해 토론 아닌 언쟁을 벌였다. 불량만두 파동과 공업용 우지(牛脂)사건 같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들까지 들먹이며 서로를 헐뜯었다.
수사권 조정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이날 공청회의 신경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하지만 야유와 고성이 난무하는 ‘막가는 비방전’으로 흐르면서 실제 분위기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험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사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강조했고,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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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경찰은 검찰이 양보하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고, 검찰은 경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보다는 각자 조직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이다.
양측은 더 이상 대립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편’으로 한발 물러서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절충안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그게 정말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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