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간부들이 사업 범위에 들어 있지도 않은 유전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데는 정치권력의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사원은 유전 투자의 행정 절차상 잘못만 지적하는 데 그쳤다. 핵심 관련자들을 대질시켜 조사하지도 않았고, 결국 진상 규명을 검찰에 떠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철도청은 한국크루드오일(KCO)을 함께 설립한 전대월 씨가 사례비를 요구하자 전 씨의 소유 지분 12만 주를 12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부도를 냈던 신용불량자가 가볍게 120억 원을 챙긴 것이다. 또 철도청 투자본부장은 철도교통진흥재단 이사장의 위임장까지 위조해 계약을 했다고 한다. 전 씨를 불법적으로 봐줘야 할 절박한 사정이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전 씨는 이광재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평소 친분관계를 과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의원의 개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처음부터 진상규명 의지가 부족했다. 두 달 동안이나 미적거리다가 감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전례가 드물게 사무총장이 나서서 이 의원에 대한 해명성 발표까지 했다. 감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일이었다.
철도청은 서류를 위조하는가 하면 전문기관 실사(實査)도 받지 않은 채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고, 은행은 사업성 검토가 미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도 ‘부득이’ 대출을 해줬다. 이들을 압박한 ‘힘의 개입’이 없고서야 불가능한 일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은가.
4개 야당이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을 공동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핵심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 수사조차 미진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못한다면 어떤 개혁 구호도 통할 수 없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