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누군 지원하고… 누군 회수하고…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09분


중국인들에게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통치구조와 교육제도를 황폐화시킨 것은 물론 역사를 30년 이상 후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 십중팔구 “마오 주시(毛主席·마오쩌둥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호칭)”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역사를 퇴보시키고 대약진운동 기간(1958∼1961)엔 3000만 명 이상이 굶어죽는 등 큰 과오를 저질렀지만 지난한 항일투쟁과 건국의 공(功)은 과(過)를 덮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집권 후 마오쩌둥에 대한 격하운동을 수없이 권유받았지만 “마오의 공적은 1차적이고 오류는 2차적”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의 마오쩌둥 기념관엔 지금도 ‘마오 주시’를 기리는 추모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참여정부는 최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지원된 사업비 208억 원 중 아직 쓰지 않은 170억 원을 회수키로 결정했다. 반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엔 6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12일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당초 제시한 모금액을 모으지 못한 데다 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념사업회는 “정부가 공사대금 지급을 제때 승인해 주지 않아 시공사가 결국 공사를 포기했고 성금도 제대로 모을 수 없었다”며 “사업 부진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위야 어떻든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박 전 대통령이 쓴 현판 교체 움직임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참여정부의 시각과 연관짓는다.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었다고 기념사업 지원까지 중단 할 필요가 있을까.

과가 있다면 그것도 기념관에 넣어 함께 경계(警戒)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될까.

하종대 사회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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