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한 명이 겁에 질린 친구에게 다가가 ‘신을 믿느냐’고 물었어요. ‘신을 믿는다’고 하니 ‘왜 믿어’ 하더군요. ‘온 가족이 다 믿으니까…’라는 대답이 나오자마자 배에 다섯 발이나 쏘았어요.” 현장을 목격한 한 한인 학생은 이렇게 증언했다.
각각 열일곱 살과 열여덟 살인 두 범인은 이 학교 자퇴생이었다. 두 사람은 광란의 총질 끝에 도서관에서 총으로 자살했다. 공범 한 명은 학교 지붕에서 폭탄을 던진 뒤 경찰특공대에 붙잡혔다. 범인들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 중 한 명은 경찰에 e메일로 보낸 유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를 모욕하고, 나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식으로 나를 대한 녀석들은 죽게 될 것이다.’
당연히 미국 사회의 충격은 컸다. 1998년 3월 아칸소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1세와 13세 소년이 권총을 난사해 다섯 명을 살해한 이후 13개월 만에 발생한 최악의 교내 총기사건이었다.
사건의 파장은 엉뚱하게도 영화계로 번졌다.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을 만들어 2003년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구스 반 산트 감독도 같은 소재로 극영화 ‘엘리펀트’를 만들어 같은 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올해도 3월 21일 미네소타 주 레트레이크 고교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유족들은 1999년 콜럼바인 사건 때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신속하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새 총기규제 방안을 내놓은 데 비해 이번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전미총기협회(NRA)가 주장하는 총기 소지권을 지지하며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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