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지의 흑진주 싱, 명예의 전당서 빛나다

  • 입력 2005년 4월 21일 17시 53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너무도 길고 험한 여정이었다.”

‘필드의 잡초’ 비제이 싱(42·피지)이 전설의 골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21일 발표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선정 투표에서 56%의 지지를 받아 신입 회원 자격을 얻은 것.

싱은 11월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오거스틴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서 최연소 회원으로 입회식을 갖는다.

싱의 명예의 전당 가입에는 행운도 따랐다. 골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투표에서 6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65% 이상 지지표를 받은 후보자가 없으면 50% 이상 득표자에게도 회원 가입을 승인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의 혜택을 받은 것.

이날 개막된 PGA투어 셸휴스턴오픈에서 2연패를 노리는 싱은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골프였을 뿐 명예의 전당은 생각지도 않았다”며 “고된 훈련의 결과”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골프 인구가 500명 남짓에 불과한 피지에서 항공기 기술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처음 골프를 배운 싱은 80년대 아시아와 유럽 투어를 전전했고 생계를 위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레슨과 골프용품 판매를 하기도 했다.

연습벌레로 유명한 싱은 30년 동안 쉼 없이 스윙을 가다듬은 덕분에 40세 이후 13승을 거두며 꽃을 활짝 피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9승을 올려 PGA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PGA 통산 메이저 3승을 포함해 25승.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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