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중앙당 대리전’으로 변질된 재보선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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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9시. 경북 영천은 국회를 옮겨 놓은 듯했다.

열린우리당은 정동윤(鄭東允) 후보 사무소에서 문희상(文喜相) 의장과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었다. 한나라당도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을 비롯한 17명의 소속 의원이 참석해 ‘영천발전대책회의’를 열었다.

한나라당은 24일에도 충남 아산에서 ‘아산발전대책회의’를 열었고 열린우리당도 이에 질세라 25일 경기 포천-연천에서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거에 다걸기(올인)하는 구태(舊態)가 되풀이되고 있다. 핑크빛 공약 남발도 재연되고 있다.

문 의장은 24일 경기 성남 중원에서 “조성준(趙誠俊)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이 돼 지역 현안인 재개발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며 “이 지역에 치매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정책위 의장은 22일 영천에서 자당 정희수(鄭熙秀) 후보를 뽑아 주면 대규모 실버타운 및 국립치매센터와 국내 최대의 영어마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나라당은 24일 아산에서도 ‘충청권 최대의 영어마을’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벤트 정치’도 여전하다. 문 의장은 24일 성남 중원의 남한산성 입구에서 ‘이 지역의 재개발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며 굴착기 위에서 유세를 벌였다. 박 대표는 22일 영천의 한 평당원 아파트에서 민박하며 ‘한나라당=특권당’ 이미지 불식에 나섰다.

여야는 모두 “선거 열기가 낮아 이벤트를 벌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낮은 재·보선 투표율과 선거법 개정으로 합동연설회 등이 불가능해진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새 정치’를 표방한 17대 국회에서조차 여야가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성남시 중원구에서 만난 강모(45) 씨는 이번 재·보선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잘살게 해 주겠다는 얘기는 없고 만날 쇼만 하고 있으니….”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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