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주로 누구인지 따져 보면 검찰이 왜 갑자기 이 문제를 강조하는지 그 ‘속셈’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기업에서 불법 채권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부영(李富榮)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로 인격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또 지난해 초 대선자금 수사 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의원은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안대희(安大熙)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고발했다.
2003년 8월 굿모닝시티 수사 때 집권 여당 대표이던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 혐의가 드러나자 “검찰이 피의사실을 마구 공표하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이처럼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피의사실 공표의 ‘보호막’에 둘 수 없는 공인(公人·Public Official)이다. 대부분의 형법학자들은 공인의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것은 위법성이 없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검찰이 25일 ‘오보를 한 기자의 출입제재’ 운운하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래서 씁쓸하다. ‘여권 실세’의 연루 의혹이 현재 수사 중인 시점에서, 또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26일 “25일이 마침 ‘법의 날’이어서 인권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며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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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기자들이 또 오보를 한 셈이고, 검찰 지침대로라면 출입제재감이다.
검찰의 ‘대책’과 김 총장의 ‘해명’이 앞으로의 수사 현장에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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