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네티즌)은 12일 KBS 2TV의 ‘개그콘서트’ 인터넷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다른 시청자들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당분간 기분 좋게 웃기는 힘들 것 같다.
시청자들은 이제 ‘개그콘서트’를 보며 어두컴컴한 방송사 옥상에서 대걸레 자루로 후배를 때리는 선배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또 소속사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개그맨의 유머에선 비애를 느낄지도 모른다.
이번 ‘구타 파문’ 및 ‘노예 계약’ 논란은 겉보기엔 선배와 후배, 매니지먼트사와 개그맨의 분쟁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꺼풀만 들춰 보면 사태가 이렇게 곪아 터지기까지는 방송사의 묵인도 한몫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후배 구타 혐의로 구속된 KBS 공채 개그맨 ‘김깜빡’ 김진철은 구속되며 “군기를 잡는 것은 관행이다. 나도 신인 때 맞았다”고 말했다.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진과 개그맨 모임인 희극인실은 즉각 “구타문화는 사라졌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선배 개그맨이 후배들을 집단 호출해 ‘원산폭격’을 시키고 마구 때려도 저항할 수 없었던 조직 분위기는 엄연히 존재했다. 제작진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때리고 누가 맞든 그저 웃기는 코너만 만들어 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웃찾사’ 출연 개그맨과 매니지먼트사 스마일매니아의 불공정 계약 분쟁도 마찬가지다.
방송사가 개그 매니지먼트사가 만들어 온 코너에 의존해 시청률을 유지하다보니 매니지먼트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데만 신경을 썼다. SBS의 자회사인 SBSi 측은 개그맨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이중계약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동 매니저인 SBSi가 개그맨들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이중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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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SBSi는 콘테스트를 통해 개그맨들을 선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출연료를 제외한 수익의 35%를 가져갔다. 목돈이 되는 공연 수익이나 모델료 등을 매니지먼트사와 함께 챙긴 것이다.
방송사의 공적 책임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그 여건을 만드는 것도 방송사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다.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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