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3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은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 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신문법의 여야 협상 과정을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의 이 같은 대응은 전형적인 ‘뒷북치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한나라당도 신문법의 각종 독소조항을 없애려 노력했다. 그러나 일단 모법만 통과시키면 시행령을 통해 얼마든지 원안을 살릴 수 있다는 여권의 전략을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신언론통제법’의 부활을 방조한 게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30일 돌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를 위한 점유율 산정 대상을 당초 무료 신문을 제외한 일간신문에서 종합일간신문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당초 협상안대로 무료 신문을 제외한 일간신문으로 하자”고 요구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대표적 독소조항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편집위원회 관련 조항도 “우리가 양보할 테니 자율 구성으로 하자”는 열린우리당 의견을 받았으나 시행령에서 뒤집혔다. 광고가 신문 지면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삭제됐지만, 시행령에서 사실상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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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거쳐 신문법안은 결국 여야의 이해가 맞물려 통과됐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등 4개 법안 중 일부라도 처리해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성과’가 필요했고, 과거사법 처리를 끝까지 막아야 했던 한나라당은 지나친 ‘여당 발목잡기’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워 신문법 처리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제1 야당의 야성(野性) 부족과 정치적 타협에 의한 법안 처리가 자가당착적 결과를 낳고 있는 현실을 한나라당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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