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한 국정연설의 한 대목이다.
확실히 달라지기는 달라졌다. 우리 국민은 지금 대통령이 업무상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사수석에게 호남 개발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동북아시대위원회 등 일개 자문기관이 월권 행위를 일삼는 ‘이상한 정부’를 목도하고 있다. 민간의 자율보다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선호하는 좌파 인사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지만, ‘시장의 실패’보다 더 큰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 ‘정부의 실패’다. 노무현 정부가 바로 이 길을 가고 있다. 정부의 제1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 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에는 무신경할 정도로 소홀하다. 반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에 미국,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면서도 균형발전이라는 공허한 명분론에 사로잡혀 수도권에 대한 국내 첨단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을 유보하고 있다. 5조 원가량의 투자자금이 대기하고 있어 2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해찬 총리는 볼썽사나운 정치적 막말을 해 대며 자존심을 세울 것이 아니라 손학규 경기지사의 합리적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유시민 의원도 각자 알아서 취업하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접고 이와 같은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작지만 탄탄한 정부’라는 선진국의 추세에 역행하는 ‘크지만 부실한 정부’의 출현은 공무원의 철밥통 늘리기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작은 정부를 공약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실천에 옮겨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수는 4.7% 늘었고 올해 공무원 인건비는 작년 대비 1조1000억 원 증가할 전망이다. 삼팔선, 사오정의 시대에 이 무슨 특권의 남발이란 말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취적 기상으로 무장돼 세계 일류를 향한 모험을 즐겨야 할 청년들이 공공부문의 철밥통을 얻으려고 긴 줄을 서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현 정부의 잔여 임기는 보나마나다. 경제는 장기복합불황의 늪에 빠져 들고 비효율적 공공투자의 남발로 재정 부실은 가속될 것이다. 국민의 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는 결국 민간 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한미동맹의 부실화에 따른 과중한 국방비 부담과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복지 비용의 급증은 경제의 활력을 더욱 갉아먹을 것이다.
‘시장의 실패’는 치료할 수 있지만, ‘정부의 실패’는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이 20세기 역사의 교훈이다. 특히 체제 약화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 중국의 맹렬한 추격,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15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실패를 특정 정치세력의 실패로 치부하기엔 그것이 몰고 올 후유증이 너무도 크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는 세력이라면 생산적 대안을 내놓고 정부 변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쓸데없는 간섭을 없애 민간의 활력을 살려 주는 정부, 공공부문의 철밥통을 줄이는 정부, 그래서 국민에게 세금을 돌려주는 정부, 그렇지만 치안, 안보, 복지 등 해야 할 일은 야무지게 하는 정부, 이런 정부야말로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작지만 튼실한 정부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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