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방북단 축소 요구의 이유를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으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북측이 걸핏하면 내세워 온 ‘민족공조’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럴 때일수록 남측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오게 해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결국 북측은 이번 행사도 대남(對南)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정부는 북측의 통고에 당혹해 하고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당혹스러운가. 방북단 수가 줄어 누구는 가고 누구는 못 가게 돼서 그런가. 북측이 약속을 어겼으면 그 책임을 묻고 안 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평양축전은 ‘민족공조’라는 기치 아래 남한을 끌어들여 미국의 핵 포기 압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그런 행사에 참가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쪽은 북측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비료 20만 t 제공과 정부 대표단의 평양축전 참가를 맞교환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차제에 ‘방북 불가’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남북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 결코 나쁘지 않다.
평양축전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크다. 행사기간 중 돌출적인 언행이라도 나온다면 며칠 뒤의 장관급회담이 당장 영향을 받게 돼 있다. 북한 핵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안 보이는데 한미공조보다 남북공조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 중요한 것은 평양축전이 아니라 장관급회담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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