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축전에 연연하지 말라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북한이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양축전에 참가할 남한 측 방북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정부 대표단은 70명에서 30명으로, 민간 대표단은 615명에서 190명으로 각각 줄여달라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정부는 북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을 경우 방북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북측은 방북단 축소 요구의 이유를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으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북측이 걸핏하면 내세워 온 ‘민족공조’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럴 때일수록 남측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오게 해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결국 북측은 이번 행사도 대남(對南)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정부는 북측의 통고에 당혹해 하고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당혹스러운가. 방북단 수가 줄어 누구는 가고 누구는 못 가게 돼서 그런가. 북측이 약속을 어겼으면 그 책임을 묻고 안 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평양축전은 ‘민족공조’라는 기치 아래 남한을 끌어들여 미국의 핵 포기 압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그런 행사에 참가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쪽은 북측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비료 20만 t 제공과 정부 대표단의 평양축전 참가를 맞교환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차제에 ‘방북 불가’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남북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 결코 나쁘지 않다.

평양축전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크다. 행사기간 중 돌출적인 언행이라도 나온다면 며칠 뒤의 장관급회담이 당장 영향을 받게 돼 있다. 북한 핵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안 보이는데 한미공조보다 남북공조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지금 중요한 것은 평양축전이 아니라 장관급회담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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