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위장 간첩’ 安保불감증 파고드나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정부가 국내에 들어온 새터민(북한이탈주민) 100여 명에 대해 위장 탈북과 간첩활동 여부를 내사(內査)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무력부 정찰국 등 정보기관 출신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개연성은 일찍부터 우려돼 왔지만 정부가 이를 시인하기에 이른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안보 경각심이 느슨해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이고, 탈북자 입국 허가 시스템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검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다수 무고한 탈북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도 있다. 김정일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자유를 찾아 사선(死線)을 넘은 죄 없는 사람들까지 의혹의 눈초리에 시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되새겨야 할 점은 남측의 대북(對北) 포용정책과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남(對南) 적화통일 목표와 통일전선전술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남 혁명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나를 비난해도 좋다”고 단언했다. 작년에는 북한에서 밀봉교육을 받고 남한에 들어온 이모 씨가 간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간첩은 시민의 신고나 당국의 기획수사를 통해 색출하는데, 김대중 정부 이래로 어떤 방법으로건 간첩을 잡았다는 발표를 들어 보기 어렵다. 정부가 화해 무드에 젖어 방첩(防諜)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튼튼한 안보가 전제돼야 한다. 남쪽의 선의(善意)에 화답하기는커녕 이를 악용해 탈북 주민 속에 간첩을 끼워 넣어 남한 사회에 혼란을 조성하고 체제 전복의 발판을 만들려는 북한 정권의 행태를 용납해선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제1의 책무인 정부마저 ‘친북(親北) 시류’에 휩싸인다면 정부의 정체성(正體性)이 문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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