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9>대형병원 고객감동 경영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오랜만에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김상희(58·여) 씨는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동카트가 병원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자 궁금증이 생겼다. “병원에서 전동카트를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김 씨가 잠시 지켜봤더니 주차장 한가운데 줄 서 있는 노인과 어린이가 전동카트를 타고 병원 본관에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병원까지는 80m밖에 안 되지만 노약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병원이 아이디어를 낸 것.

서울아산병원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동카트에 안전벨트를 부착하고 전문 운전사를 고용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은 오전부터 늘 활기차다. 매일 아침 직원 20여 명이 본관 입구에 줄지어 서서 병원 방문객을 환하게 웃으며 맞는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환자들도 이제는 같이 인사를 나누게 됐다.

예약진료를 받으려고 오전 일찍 병원에 나온 이석우(56) 씨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을 병원에서 보니 기분이 좋다”며 “몸이 아파 찾아오는 환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병원 서비스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치료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의료 서비스는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병원마다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해 ‘고객만족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병원은 서비스에 앞장서야 할 직원을 모아놓고 고객감동을 위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의료원은 지난달부터 월례조회 시간에 외부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있다. 2일에는 스마일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이 강사로 와서 “고객이 즐거워야 내가 즐겁다는 것을 외우듯이 늘 염두에 두고 있으라”고 얘기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병원은 6개월에 한 번씩 모든 직원이 ‘행복한 미소 짓기’ ‘아름다운 대화 나누기’ 등의 내용을 담은 ‘친절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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