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수없이 보아 온 북한의 행태로 미루어 회담 형식과 의제를 놓고 힘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한이 6자회담보다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매달릴 것 또한 분명하다. 비록 미국이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6자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역시 6자회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더라도 그 보상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떠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제는 선정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장기(長技)인 ‘가지치기 전술’에 따라 군축(軍縮) 등 도저히 들어주기 어려운 큰 의제를 제시한 후 이를 잘게 쪼개나갈 가능성이 높다. ‘2·10 핵 보유 선언’으로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 됐으므로 ‘핵무기 폐기’(군축)와 이에 따른 보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주장하면서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식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5개국, 특히 한미 간의 공조가 긴요하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만 해도 이를 어디까지 용인해 줄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려면 자유화와 개방이 불가피하다. ‘체제보장’이 김정일 정권의 영구 존속을 보장하는 ‘백지수표’가 되어도 좋은지는 의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11일의 한미정상회담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솔한 논의를 통해 한미공조를 다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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