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두 正常’이라는 李총리, 과연 정상인가

  • 입력 2005년 6월 9일 03시 05분


분권형 국정 운영의 한 축(軸)인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이틀간 국회 답변에서 “국정은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는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국정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도 역대 정부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는 “경기가 금년부터 회복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피부로 느끼고 내년에는 안정기로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안보 현실에 대해 “남북분단 이후 한반도 상황이 이렇게 안정적인 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상황인식이 ‘실체적 진실’인데도 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울까.

23개의 대통령직속위원회가 균형발전, 평등, 복지 등을 명분으로 쏟아내는 비현실적인 정책들 때문에 전국 곳곳이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음은 정부의 조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예산, 즉 국민의 피땀이 어린 세금은 한두 푼도 아니고 억, 조 단위로 줄줄 새거나 부실 운영되고 있음이 시민단체 조사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행담도 의혹사건과 오일게이트의 경우는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무시한 채 개입하거나 직권을 오용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당-정-청의 불협화음으로 부동산 대책, 자영업자 대책, 재래시장 구조조정 대책 등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들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규제 위주의 정책은 전국 땅값이 2년 사이 500조 원이나 오르고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 오죽하면 ‘강남 주부’들이 “아파트 값을 올려 준 노 대통령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할까. 올해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인 미국 일본보다도 현저하게 낮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정운영이 정상적이고 경제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인가.

이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강변(强辯)이거나 오기(傲氣)의 발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문제의 해결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점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총리의 상황인식대로라면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해법이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의 상황인식이 노 대통령과의 교감의 산물이라면 나라의 장래에 대해 희망을 갖기가 더욱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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