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영진]‘난지도 골프장’ 문을 열려면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기존 정부시스템(Government)으로는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게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가 충돌하고, 정부 기관 또는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갈등이 빈발한다. ‘정부의 조정능력 부족’ 탓도 있겠지만 기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구 선진국도 비슷한 고민을 겪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協治) 패러다임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며 공동의 의제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녹록지 않다. 민주화가 정착되고 의사결정권이 수평 분산되면 그만큼 논란도 많아지고 합의도 힘들게 된다. 참여정부 들어 갈등이 다발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주요인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 더욱 요긴해지는 것이 갈등조정 능력이다.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사회가 편안해지기 위한 필수품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이다.

난지도 골프장을 둘러싸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가 팽팽히 맞서며 소모전을 펼치는 것을 보면 그런 문제해결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케 된다. 천성산 터널이나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이 능력이 부족해 극한으로 치달은 게 아닌가.

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는 2001년 협약서를 체결, 서울시가 제공한 땅에 공단이 골프장을 건설한 뒤 서울시에 기부하고 그 대신 공단은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20년 이내) 골프장을 관리운영하기로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거버넌스의 개념에 맞는 공동사업인 셈이다. 그러나 운영권문제와 사용료 책정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해 이미 완공된 지금까지 개장도 못한 채 막대한 관리비만 허비하고 있다.

양측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서울시는 난지골프장 조성 취지에 맞게 공공시설로 운영돼야 하며 사용료도 일반 대중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난지골프장이 체육시설로 등록되고 운영권 전반을 공단이 갖게 되면 영리목적의 일반 시설처럼 운영될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 서울시가 공단 측의 등록신청을 거부해 소송까지 가게 된 주 이유도 이것이다.

반면, 공단 측은 협약서상 운영권은 자신들이 가져야 하며, 사용료도 공사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법정공방과 감정대립이 심하다 보니 ‘협의’다운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법정싸움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며 확정판결이 나온다고 깨끗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만이 유일한 ‘바람직한 해법’이다. 공단과 서울시 사이의 대화테이블을 복원해야 한다.

이 테이블에는 양측만이 아니라 시민 대표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게 하는 게 진정 시민들을 위한 것인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측은 바로 골프장의 주인이자 이용자인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안의 경우 문제해결의 제일 기준이 공익성이다. 이를 둘러싼 대립상황에서 시민대표들이 거중조정 역할을 하면 합의를 도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골프장이 영리목적 시설처럼 운영되지 않도록 공단-서울시-시민대표 3자 협의체에서 논의해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3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운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용료 등 운영문제를 심의 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길이다. 참다운 공익도 그 과정에서 구현된다.

강영진 성균관대 겸임교수·갈등해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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