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공립 초중등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학력(學力)이 15년 만에 놀랍도록 뛰자 ‘학력증진정책 반대파’들이 의심의 목청을 높인 것도 이런 정황에서다. 교사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학력고사에서 빼지 않았느냐, 공부는 안 가르치고 시험 준비만 시켰다더라는 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시장 후보를 비롯해 주로 진보적 교육관을 지닌 이들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선거운동용 결과를 내놓은 게 아니냐고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교육시장(市長)을 위한 칭찬’이란 사설을 통해 블룸버그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3년 전 공교육 개혁을 공약하고 당선된 뒤 유급(留級)제도, 교사훈련, 토요보충반 같은 정책을 쓴 것이 옳았다는 논평이다. 내년부터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력을 얼마나 끌어 올렸는지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교원노조도 반대 안 한다. 이제 ‘적당한’ 학력만으로는 일자리도, 중산층의 삶도 쥘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데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선 교사평가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정부는 동료교사들끼리만 평가하는 맥없는 수정안을 내놨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와 협상하겠다면서도 25일 평가제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학생도, 교사도 인센티브가 있어야 잘 움직인다. 학생평가를 요술방망이처럼 휘두르면서 스스로는 평가받기 거부하는 교사들을 제자들이 어떻게 볼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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