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덕민]韓美동맹 불안감 일단 덜었다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최근 국내외 언론들이 연일 한미관계의 이상기류를 전하면서 동맹관계가 불안한 것이 아닌가 하며 국민은 걱정해 왔다. 미국은 물론 심지어 중국 친구들도 “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이탈하려 하느냐”는 우려와 질문 공세를 해 왔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 추가적으로 핵무기를 늘리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으며 북한의 협상복귀 문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의 불협화음 소식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었다.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한미 정상은 ‘한목소리’로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0분 정도의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러한 취지의 말을 5번이나 반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유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 한미동맹의 청사진이 마련된다면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시각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의 불협화음은 이상기류라기보다는 좀 더 굳건하고 호혜적인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건강한 진통이 될 것이다.

한미 정상의 한목소리가 특히 돋보인 것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이었다. 부시 정부는 말로는 매우 강경했지만 북한의 일탈행동에 대해 실제로 행동을 취한 것은 거의 없다. 과거 빌 클린턴 정부가 폐연료봉의 일방적 인출에 대해 군사행동까지 고려했던 것에 비해 부시 정부는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해도 사실상 제재적인 행동을 취한 적이 없다. 그것은 부시 정부가 북핵 문제보다 이라크전쟁 등 중동의 신질서를 창출하는 것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6자회담의 다자간 틀을 통해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6자회담이 열리지 못했으며 북한이 핵 보유 선언과 함께 원자로의 폐연료봉 인출을 통해 핵폭탄 물질을 추가시키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기존 방향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부시 정부는 인내의 한계와 함께 조야의 비판에 직면해 있으며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강경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북한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미 정상은 한목소리로 북한에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과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특히 북한이 회담장에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최대한의 모습을 보였다. 2년 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추가적 조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거듭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미스터’라는 호칭을 붙이는 일까지 잊지 않았다. 또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 핵 포기의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다자간 안전보장과 에너지를 포함한 실질적 경제지원을 제공함은 물론 북-미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미국은 남북대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며 북핵 문제 해결의 유용한 통로로 인정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6자회담에 지체 없이 복귀해야 한다.

사실상 평화적 해결의 마지막 공간을 확보한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막중하다. 최근 북-미 뉴욕접촉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제 남북 대화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 가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남북 대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최대한 노력이 돋보일 때 국제사회의 신뢰 하에 남북 관계도 진전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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