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된 최근, KBS 경영평가단은 ‘2004년 평가보고서’를 통해 탄핵 관련 방송의 문제점을 다시 거론했다. 평가단은 ‘경영평가에서 공정성이나 편파성 시비를 가릴 일은 아니다’면서도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은 언제나 양쪽의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것이 방송보도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어느 한쪽을 편드는 보도는 어떠한 공정성 개념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평가단은 KBS 이사회가 위촉한 외부 전문가 6명과 KBS 감사로 구성돼 있다.
▷KBS는 ‘산술적 균형이 곧 공정은 아니다’는 주장에 익숙하다. 범인과 수사관에 대해 ‘범인도 절반은 옳고, 수사관도 절반은 나쁘다’고 한다면 이런 균형을 ‘공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탄핵 문제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 경우였다. 이와 관련해 평가단은 “방송은 양립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에서 ‘같은 비율’로 보도하고, 평가와 판단은 시청자의 양식과 상식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KBS는 이런 권고에 대해서도 1년 전 언론학회를 공격하듯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할 것인가.
▷평가단의 우려 섞인 지적은 이어진다. ‘더군다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시청자 전부의 의견을 반영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이해집단의 입장을 반영하거나 어느 한쪽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일과 다름없다.’ 이제 KBS 이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차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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