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재성]집값 폭등도 신문탓이라니…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정부가 또다시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벌써 20여 차례를 넘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달 한 개씩 쏟아낸 셈이다. 정부의 숱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지역 30평형 아파트는 평당 3000만 원이 넘고,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일대 아파트 값은 최근 한 달 새 1억∼2억 원 가까이 치솟았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책 역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로 특별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부동산시장이 이처럼 쫓고 쫓기는 양상을 보도하는 기자들은 늘 적잖은 고민을 하게 된다.

부동산 값 상승을 보도한 기사가 자칫 집값이나 땅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 대책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기사도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중개업소 중에는 이런 기사를 확대 복사해 가게에 붙여 놓고 손님을 끌어들이는 곳들이 있다.

따라서 집값 기사를 쓸 때는 철저하게 현장을 확인한다. 아직 오르지도 않은 집값을 오른다고 쓰면 실제로 집값이 뛰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이 이미 크게 올라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라면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분당이나 용인의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현장을 누비며 거주자들을 접촉했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우리가 봐도 너무 오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를 쓰지 않는다면 기자로서의 직무유기다.

최근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저금리로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경기가 더욱 침체할 것을 우려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급을 묶고 수요만 억제한 주택정책도 한몫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일부 정부 관료나 방송이 집값 상승을 신문이 부추겼다고 탓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집값은 서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집값 폭등이 가져오는 정치적 사회적 폭발력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뛰어 넘는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맡고 있는 관료들이 책임을 신문에 떠넘기는 풍토나 그런 주장을 믿고 거드는 방송의 수준이 한심스럽다.

황재성 경제부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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