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薛동근 부산교육감의 ‘公교육 구하기’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부산의 학교 현장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놀랍고 신선하다. 황폐해진 공교육을 살려 내겠다는 의욕이 지역사회에 넘친다. 부산의 교육은 학생 중심으로 변했다. 수업의 ‘설계도’인 학습지도안은 교사와 학부모, 교육대 교수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한다. 학부모는 언제나 학교 수업을 참관할 권리를 갖는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실과 학교의 벽을 과감히 허문 것이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학생들도 교육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며 ‘병원학교’를 만들고 교사를 파견해 어린 환자와 부모를 감동시킨다.

부산 학생들은 전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게 됐다. 독서량이 서울의 7배, 가장 적은 지역의 13배나 된다. 독서를 통해 ‘살아 있는 지식’을 가르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공교육을 깊은 수렁에서 건져 낸 성과의 중심에는 설동근 부산시교육청 교육감이 있다.

부산의 공교육은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역 교육계는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그런 가운데 2000년 10월 취임한 설 교육감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개혁’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이뤄졌던 학교 단위의 개혁만으로는 도저히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는 교육이 살아나야 지역사회가 활성화된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주5일 수업제가 시작되자 종교단체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토요일 프로그램 마련을 부탁했고, 수능이 끝난 후의 고3 학생 생활지도가 문제되자 지역 내 대학에 학점 인정 강좌 개설을 요청했다. 관련 단체와 대학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하위권에 머물던 부산 지역의 대학 진학률과 수능 성적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전국의 공교육 현장이 더는 사교육과 여건 탓만 하고 있을 수 없음을 말해 준다. ‘부산 교육’의 성취는 공교육 회생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부산의 교육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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