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시대 이래 대우그룹과의 ‘정경유착 과거사’에서 자유롭다고 나설 정권은 없을 것이다. 정경유착은 대우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그랬다거나, 그 시대의 관행이었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대우가 남긴 천문학적인 부실덩어리를 메우기 위해 공적자금 28조 원이 투입됐고 이 가운데 10조 원가량이 회수 불능으로 추정된다. 이 점만으로도 대우의 비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세계를 무대로 기업 활동을 한 김 씨가 과연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인지를 확인하는 수사도 중요하다. 숨겨둔 재산이 있다면 이를 회수해 공적자금을 갚음으로써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국민에게 떠넘긴 빚을 이렇게라도 변제하고 과오를 최대한 청산한 뒤라야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功)도 평가받을 수 있다.
김 씨에 대한 수사는 현 집권층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제2의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수도 있고, 정치세력 간 다툼에서 과거 정권의 비리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도 대우와 함께 심판대에 함께 올라탄 형국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은 수사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검찰은 역대 정권과 대우의 뒷거래를 가감(加減)없이 파헤치면 된다. 그래야 김 씨에 대한 수사가 정치권과 기업의 새로운 정경관계를 여는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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