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3개 기업이 2000억 원을 투입해 내년 4월 개교하는 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국가를 끌고 나갈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평준화로는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재계의 선도적 투자가 뒷받침이 됐고 학부모들이 입학설명회에 대거 몰리는 등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도 13일 평준화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2008년 국제통상 외교 등의 분야를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고와 과학고를 1개교씩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2002년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 도입할 때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내세워 반대했던 과거에 비추어 볼 때 학력 신장과 특성화 교육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 전환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특수목적고 설립 반대 집회를 갖고 “우수한 학생들의 사적 성공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사회 불평등’을 심각히 조장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최근 지방의 자립형 사립고 몇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교사나 교육시설이 뛰어나고 음악 체조 등 특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명문대로의 높은 진학률은 이 같은 교육과정의 결과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학교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립형 사립고도 문제를 안고 있다. 등록금 책정 등 많은 부분에서 규제가 많아 ‘자립’이란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 교감은 “잘 가르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귀족학교’ ‘입시사관학교’라는 비난을 들으면 힘이 빠진다”며 “언제까지 발목을 잡고 똑같이 가자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평준화제도 도입 30년.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한 점도 많지만 이제 공과를 따져볼 때다.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론’을 굳이 들먹일 것도 없이 이제 세상은 다양한 학교를 요구하고 있다.
길진균 교육생활부 기자 l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