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납부고지서를 받고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한 4만4000여 명의 사람들은 860억여 원을 환급받게 된다. 반면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이미 성실하게 납부한 20여만 명은 이를 돌려받지 못하며 체납된 경우 가산금도 물어야 한다. 형법을 제외한 다른 법률의 경우에는 헌재 위헌결정의 효력이 일정한 기간 안에 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한 사람들에게만 미치도록 소급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 조항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감사원과 자치단체에는 행정심판이 폭주하고 이미 부담금을 납부한 사람들은 “국회가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담금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국가가 존립하는 가장 기초적인 이유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미 세금이나 부담금을 납부한 사람들도 이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현재의 90일에서 두 배 이상 늘리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공무원의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이런 부담금 파동이 일어난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에 사로잡혀 학교용지부담금과 같이 납부의무자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운 ‘엉터리 부담금’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무려 111가지 부담금이 있으며 이것이 결국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과도한 세금과 부담금으로 내고 나면 투자하고 소비할 여력이 생길 리 없다.
또한 부담금 수입은 일반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대부분 특별한 기금의 형태로 각 부처 장관이 관리하기 때문에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 국민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돈을 거두어 국가가 ‘딴 주머니’를 차고 있는 셈이다.
돈에 대한 유혹은 마약과 같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고 합리적 정당성을 상실한 부담금을 과감하게 정리하라. 그래서 기업과 개인의 부담을 줄여 주고 그들의 주머니에 돈이 돌게 하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민의 삶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부담금이 사리에 합당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법에서 규정하면 합법적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부담금의 합리적 정당성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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