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장부를 조작해 기업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무보증 회사채를 마구잡이로 발행한 뒤 나중에 갚지 않은 채무가 10조 원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구속영장에는 또 영국에 있는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등을 통해 200억 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정·관계에 로비자금을 뿌렸다면 그 돈은 BFC에서 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긴장과 우려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로비자금 추적 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파편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자금 리스트가 있다면 낱낱이 파헤치는 게 우리에겐 더 좋다”며 “(리스트에는) 야당 쪽 인사가 수나 액수 면에서 훨씬 더 많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검찰 관계자는 14일 오후 갑자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상당히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비자금과 관련해 추궁할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 기소하기까지 주어진 20일 이외에 추가로 30일가량을 더 투자해 BFC의 자금흐름을 확인해 보겠다는 말도 했다.
김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 또는 국민을 상대로 강력한 수사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수위가 너무 높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비자금 수사에 대한 장애물도 있다. 무엇보다 수사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 출신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 전 회장이 한때 김 전 대통령 측과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이런 전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호남민심에 예기치 못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데 여권의 고민이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검찰이 어느 정도 수사를 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우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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