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여당이 국회공청회 보이콧하다니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코멘트
“사람 불러놓고 이게 뭐 하는 겁니까?”

16일 오후 4시경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실. 학교성취도 평가 공개 등을 담은 교육정보공개법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기다리던 김진성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객원교수는 ‘공청회가 연기됐다’는 말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병주 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다른 진술인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일부 한나라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진술인들에게 연방 고개를 숙였다.

사정은 이랬다. 열린우리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15일 돌연 “모든 교육위원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데 처리 시한을 정하지 않으면 의사일정에 불참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6일의 공청회는 사립학교법 여야 대치와는 무관한 만큼 교육위는 예정대로 공청회를 추진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진술인들과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섰고, 3시경에는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이군현(李君賢) 이주호(李周浩) 의원 등이 입장했다.

그러나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회의실 옆 소회의실에 모였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개회 예정 시간이 40여 분 지나 공청회는 무기 연기됐다.

열린우리당 교육위 간사인 지병문(池秉文) 의원은 “한나라당이 16일에도 의사일정에 대해 말을 바꾸는 등 사학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보이지 않아 처리 일정을 정해 달라는 취지에서 불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참했다는 것이다.

여당의 공청회 ‘보이콧’에 일부 진술인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김 교수는 “왜 여야 협상에 국민을 볼모로 잡는지 모르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연구원도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야당의 전매특허였던 보이콧까지 하는 여당을 바라보는 교육계와 국민의 시선은 불안하다. 그러나 더 큰 불안은 여야의 협상력 부재로 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승헌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