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오태광]독도는 미생물 연구의 보물섬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의 총생물체 중량의 60%를 차지한다. 흙 1g에 중국 인구보다도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하니 지구를 미생물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덕분에 미생물을 비롯한 인간, 동물, 식물 등의 유전체가 해독돼 신비하게만 여겨지던 생명 현상들이 규명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많이 유전체를 해독했다는 미생물의 경우에도 현 과학기술로는 단지 1% 미만만을 키울 수 있고 나머지 99%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인간 유전체의 500분의 1∼1000분의 1 크기인 미생물 유전체는 미래의 물질자원을 확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유전체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해독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유전체 내 유용 물질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생물 유전체를 해석하면 수천 개의 공장, 농장, 발전소 기능이 들어 있는 미생물 보물지도가 만들어진다. 미생물 보물지도를 이용해 효율이 나쁜 공장은 다른 미생물에 있는 효율 높은 공장으로 바꿔 넣음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유전체 내의 공장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미생물 공장과 뒤섞는 방법으로 기능이 아주 우수한 미래형 신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다.

중요한 보물지도를 얻는 데 필요한 미생물 유전체를 구하려면 미생물을 자연계로부터 분리하여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이미 인간의 발길이 닿은 지역에선 분리할 수 있는 미생물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생물 과학자들은 새로운 미생물을 얻기 위해 깊은 바다 속이나 화산, 사막, 높은 산, 남북극 등의 미개척지를 탐색한다.

필자가 소속된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 미생물유전체 사업단에서도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심해 남북극 사막 등지에서 미생물 탐색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항상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만 신규 미생물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이 우리 국토로 관심을 돌리게 했다.

그동안 인간의 족적이 닿지 않은 무인도 갯벌 등의 지역을 방문해 많은 새로운 미생물을 얻었다. 얼마 전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이 다수 발견돼 화제가 된 독도에 대한 탐사계획은 2년 전에 세워졌다. 엄연한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를 놓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자기 땅이라고 시비를 거는 일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독도에서 신규 미생물을 찾으면 반드시 ‘독도’ 또는 ‘동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사전에 결정해 놓고 일을 시작했던 것.

경북 울릉군과 문화재청의 입도 승인을 받아 지난해 5월 울릉도에서 조그마한 어선을 빌려 타고 높은 파도에 멀미를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으며 독도에 접근했다. 당시는 현재와는 달리 작은 배로는 접안하기가 어려워 3, 4번의 시도 끝에 어렵사리 독도에 도착해 시료 채취에 성공했다.

곧바로 미생물을 분리 배양한 뒤 유전체의 부분 분석을 통해 ‘독도 한국’ ‘독도 동해’ ‘동해 독도’ 등의 3개 신규 속(屬) 및 ‘비르지바실루스 독도’ ‘마리박테르 독도’ ‘마리노모나스 독도’ ‘폴라리박테르 독도’ ‘포피로박테르 독도’ 등 5개의 신규 종(種) 미생물을 발견해 세계 미생물학회에 보고하고 공인을 받았다. 독도에서 분리한 신규 미생물은 항생제, 효소, 무공해 농약 등의 개발에 쓰일 가능성이 있어서 사업단 연구책임자들이 현재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은 50여 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다. 북한 과학자와 공동으로 작업해 발견한 미생물에 ‘통일’ 또는 ‘평화 통일’이란 이름을 붙였으면 하는 새로운 희망을 품어 본다.

오태광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 미생물유전체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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