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른 사람들이야 나쁠 게 없겠지만, ‘돈벼락’ 맞은 남의 얘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들으며 쓰린 속을 달래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복장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교육 문제 못지않게 백가쟁명식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관련돼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민초들로서는 싫으나 좋으나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취직 후 첫 지상과제가 ‘내 집 마련’이고, 그 집을 잘 굴려 아들 딸 시집장가 보내고 노후에도 대비해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거의 유일한 ‘밥줄’인 집값 문제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라는 분석도 있긴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정권 출범 후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날려 버려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을 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금인상이다, 세무조사다, 초강수를 쏟아냈지만 ‘강남 아줌마’들에게는 콧방귀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늦어도 한참 늦었다.
정책의 오류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부동산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임기 중 집값을 잡겠다” “강남불패라지만 나도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불패다” …….
이런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서민들의 속을 잠시 후련하게 해줄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개혁에 대한 아집과 업적에 대한 과욕이 그 배경에 깔려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강남 아줌마들은 “우리가 ‘적’이란 말이냐”며 따지고 들고, “대통령이 강남 사람들에게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강남 아파트 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편 가르기’와 위화감만 심화시킨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만 늘어날 뿐이다.
많은 아마추어와 프로들의 공통된 훈수는 부동산 문제 역시 ‘물 흐르듯’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아파트 값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선전포고식 으름장을 놓을 게 아니라, “내 임기 중에는 초석만이라도 단단히 닦아 놓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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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맞춰 긴 안목에서 안정을 꾀하겠다는, 경제원론 제1장 제1절에 충실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부동산 정책 재검토 방침을 대통령의 아집과 과욕이 다소라도 누그러진 신호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궁금하다.
최영묵 사회부장 ligh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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