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재정경제부의 한 국장은 “부동산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는 각종 세제 개편을 통해 투기이득을 차단하는 정책을 펴왔다. 시장에 합리적인 기대가 형성돼 있다면 강남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이기 때문에 한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부총리의 말은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시장에서는 “정책 실패가 부동산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보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를 펼쳐 놓고 ‘정부 실패’의 정의를 보면 마치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설명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교과서는 정부 실패의 원인으로 △규제자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규제 수단의 불완전성 △규제의 경직성 △근시안적인 규제 △규제자의 개인적 편견이나 권한 확보 욕구 △정치적 제약을 꼽고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지역에 소형 평형을 많이 짓도록 재건축을 규제했고, 당초 약속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 물량도 줄였다. 이는 결국 고급 아파트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어 줬다.
또한 ‘강남 때려잡기’의 일환으로 크게 올린 부동산 관련 세금은 서민들의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강남은 집을 파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집을 살 사람에게 세금을 떠넘길 수 있게 됐다.
감정만 앞세운 어설픈 규제와 대책으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과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게 정부의 실패가 아니라면 무엇이 정부의 실패인지 묻고 싶다.
부동산 문제를 ‘시장 실패’로 보는 정부 관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8월에 내놓기로 한 부동산 종합대책도 과거 정책의 재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가슴’만 앞세운 어설픈 정책으로 시장의 복수를 부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병기 경제부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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