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보고서에는 ‘경찰은 일제(日帝) 치하에서 탄압도구로 쓰였고 광복 후에는 식민경찰 종사자들을 다시 채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과 법관도 조선총독부 소속이었다. 식민지 경찰과 검찰 출신 가운데 상당수가 건국 과정에서 그대로 남게 된 것도 큰 차이가 없다. 검찰은 부질없는 족보 공세를 펼 것이 아니라 오늘날 사면초가를 부른 오만과 독주를 겸허하게 반성할 일이다.
▷경찰은 저인망 로비에 강하다. 경찰서별로 지역출신 국회의원 초청강연회를 열고, 경찰 간부들이 줄지어 국회의원을 찾아다닌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하면 한강 물에 빠져죽는데 무슨 인권의 보루냐”고 파고든다. 그러나 경찰에 수사권을 일거에 다 넘겨주는 제도 변경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경찰은 자질과 윤리의식이 검찰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 김일수(고려대 교수) 위원장은 “도로교통법 위반, 절도 같은 민생범죄로 한정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수사 주도권이 어떤 기관에 있는지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신속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제도라면 검찰이면 어떻고 경찰이면 어떤가. ‘파쇼 검찰’이네, ‘주구(走狗) 경찰’이네 치고받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나 다름없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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