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학술출판 명가 일지사 김성재 대표 타계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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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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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분야 학술서적 출판의 외길을 걸어온 김성재(金聖哉·사진) 일지사 대표가 21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8세.

고인은 ‘출판의 뿌리는 학술 출판’이라는 일관된 신념으로 50년간 학술 교양서적을 출판해 왔다. 1956년 일지사를 설립해 국문학 한국사학 미술사학 불교사학 등 한국학 분야 전반에 걸쳐 1000여 종의 서적을 발간해 한국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출판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192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청소년 잡지 ‘학원’의 초대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출판과 인연을 맺었다. 1956년 무일푼으로 일지사를 창립해 학술 서적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국문학개론’ ‘한국고고학개설’ ‘한국회화사’ ‘한국근대문학사상사연구’ ‘한국도자사’ ‘조선후기사학사’ ‘단원김홍도연구’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등 일지사에서 나온 책은 모두 한국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학술 출판에 관한 고인의 열정은 1975년 한국학 학술 계간지인 ‘한국학보’를 창간하면서 빛을 발했다.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논문 발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직접 일일이 원고 교정을 본 영원한 현역 출판인이었다. 평소 “한 자 한 자 교정 보고 편집하는 일은 출판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인데 어떻게 그 즐거운 일을 그만둘 수 있느냐”고 말하곤 했다. 고인과 교유가 깊었던 전병석(田炳晳) 문예출판사 대표는 “고인은 교양과 학술 서적만을 고집하면서 일지사를 학술 출판의 명가로 만들었다”면서 “특히 매호 적자를 감수하면서 결호 한번 없이 ‘한국학보’를 내왔다는 점에서 진정한 ‘지사적(志士的)인 출판인’이었다”고 추모했다.

1985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87년 화관 문화훈장, 2000년 인촌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박옥자 여사와 아들인 준수(사업) 지수(〃) 문수(〃) 씨.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10시. 02-2072-2022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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