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대영박물관보다 먼저 축구장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점잖고 예의 바른 신사의 이미지 뒤에 놀랍도록 폭력적인 에너지가 숨어 있으며, 축구장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장 난동을 일삼는 훌리건을 통제하기 위해 관련법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니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만하다. 영국 경찰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훌리건 1000여 명의 여권을 압수하기도 했다.
▷축구 종가(宗家) 영국 프로축구의 역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다. 1889년 12개 클럽으로 시작해 1992∼1993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1부 리그에 참가하는 20개 팀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며, 도시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2003∼2004 시즌 1억5700만 파운드(약 287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세리에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도 ‘빅리그’로 불리지만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는 미치지 못한다.
▷2002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그것도 영국인들이 프로축구의 간판으로 꼽는 맨체스터에 입단한다는 소식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을 통해 유럽무대에 데뷔한 지 2년 반 만의 경사다. 박지성이 또 얼마나 밤잠을 설치게 만들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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