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黨-政-靑)이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부동산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을 때,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시장원리에 맞는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며칠도 못 가서 기존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투기 이익의 철저한 환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을 강조하고 나섰고,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경기 성남시 판교지역의 공영개발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분배와 평등의 코드다. 또 건설교통부는 “서울시만 잘살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며 서울시가 추진해 온 강북 뉴타운 건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영개발 방식은 고급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의식구조를 뜯어고쳐 시장의 쏠림현상을 없애겠다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반(反)시장적 정책의 폐해는 부동산뿐 아니라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3%대로 추락해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빈부 격차가 더 커지는 것도 그런 정책 탓이 크다. 정부가 시장을 적대시(敵對視)하다시피 하면서 반드시 다스리고야 말겠다고 하면 할수록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허공에서 음성을 듣곤 하는 권력자들은 사실은 몇 년 전에 어떤 학자들이 써놓은 낙서장을 통해 그들의 광기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누구의 광기를 흡수했기에 이처럼 시장에 맞서는 것일까. 나카무라 도미야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지역균형 발전’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은 세계적 흐름과도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이제라도 나라 안팎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시장원리에 맞는 정상적 정책으로 회귀해야 더 이상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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