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우식 실장의 이상한 행보와 ‘언론 공작’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노무현 정부는 언론이 단군 이래 최대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언론 권력’을 들먹이면서 언론은 강자이고 정권은 약자인 척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언론 옥죄기’가 브리핑제도를 통한 취재 제한, 보도에 대한 무리한 제소 등에 그치지 않고 독재정권도 포기한 위헌적인 신문법을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의 ‘월간중앙’ 기사 삭제 사건은 정부가 직접적인 ‘언론 공작’에까지 손을 뻗고 있음을 드러낸다. 조선일보 인쇄공장 방화 사건도 정권의 특정 언론 공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월간중앙 기자들은 7월호에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3각 빅딜 있었다’는 기사를 실으려 했으나 청와대 관계자가 이 잡지의 대표와 만난 뒤 삭제됐다고 폭로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만난 사실만 인정하고 ‘외압’은 부인했지만 결과로 보아 압력 의혹을 씻을 수 없다. 이 잡지는 다른 특정 기사 때문에 6월호도 4만 부를 자진 폐기했다고 하니 언론 자유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 내부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문제의 7월호 기사는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을 둘러싼 ‘검은 거래’를 다룬 것이다. 김 씨는 횡령 혐의로 IOC의 사퇴 압력을 받자 다른 IOC 위원들의 로비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역공을 폈다는 것이다. IOC 측은 김 씨가 사퇴하면 2014년 동계올림픽의 강원 평창군 유치에 협조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한국 측에 제시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실장의 역할이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김 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김 씨와 IOC 간의 중간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한 단체 회원의 조선일보 인쇄공장 방화는 언론에 대한 심각한 테러다. 정부가 세계를 향해 ‘최대의 언론 자유’를 선전하는 뒷전에서 ‘정권 코드 집단’ 소속원이 신문사 시설에 불을 지르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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