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는 이날 범행을 저지른 김동민(22) 일병으로부터 “전 근무지에서 두 차례 폭행당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단된 현장 재검증=이날 오전 11시 유족 대표 8명이 군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김 일병의 범행 당일 행적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장 재검증은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들의 설명이 김 일병의 진술을 토대로 한 첫 발표와 큰 차이가 없고 부대원과의 면담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는 데 대해 유족들이 불만을 가졌기 때문.
유족 대표 조두하(52) 씨는 “현장에 보존된 혈흔이 누구 것인지 군 당국이 밝히지 않고 있다”며 “조사를 안 한 것인지, 알고도 쉬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유족들은 김 일병을 처음 만났다. 포승줄에 묶인 김 일병은 총을 들고 30여 분간 태연하게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김 일병은 “누가 미웠느냐”는 물음에 “다 미워서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재검증을 거부하면서 수사단장 교체, 국방부 장관 및 육군참모총장 면담, 생존 소대원의 즉각 조문 실시 및 특별휴가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유족들이 제기하는 의문점=사건 당일 김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기까지 7분간의 행적에 대해 유족과 군 당국이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먼저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한 김 일병이 김종명 중위를 쏘고 상황실, 취사실을 거쳐 내무반으로 다시 돌아가 총을 난사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김 일병이 김 중위 및 취사실에 있던 조정웅 상병에게 총격을 가한 뒤 내무반에 들어가 수류탄을 던지고 사격을 했다는 입장.
지금까지는 김 일병이 오전 2시 36분부터 7분 동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작 시간이 이보다 빠르고 2분 만에 범행을 끝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의원 상병이 내무반에서 수류탄을 끌어안았는지 여부도 논란거리. 유족들은 총 소리를 듣고 깨어 있던 박 상병이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막았다고 주장했다. 수류탄의 파괴력이 적었고 파편의 50% 이상이 박 상병에게 집중돼 있었다는 것.
군은 김 일병이 다들 잠든 사이에 내무반에 들어가 수류탄을 던졌고 우연히 박 상병 옆에서 터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족들은 군의 해명이 미흡할 경우 김 일병의 수양록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인권위 “김일병 前근무지서 두차례 폭행 당했다”▼
▽김 일병 “폭행당했다”=인권위는 이날 “김 일병이 GP 근무 중 선임병으로부터 두 차례 폭행을 당했으며 그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이 언어폭력만 당했을 뿐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다.
총기난사 사건 당일인 19일 인권위의 1차 조사에서 김 일병은 “언어폭력 외에 군 생활에 불만이 없다”고 진술했었다.
인권위 한희원(韓禧源) 인권침해조사국장은 22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김 일병이 1월부터 3월까지 사고가 난 GP의 인근 GP에서 근무할 때 두 차례에 걸쳐 폭행당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은 이 GP에 근무하다 4월부터 사고가 난 GP로 옮겼다. 김 일병을 폭행한 것으로 지목된 상병들은 사고가 난 GP에는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는 이날 김 일병을 살인 및 군용물 손괴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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