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현장 재검증, 유족항의 3시간만에 중단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헬기타고 참사현장으로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 검증 장면을 보기 위해 유족 대표들이 22일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헬기타고 참사현장으로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 검증 장면을 보기 위해 유족 대표들이 22일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의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22일 유족대표와 군 당국이 다시 현장검증을 했지만 3시간 만에 중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는 이날 범행을 저지른 김동민(22) 일병으로부터 “전 근무지에서 두 차례 폭행당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단된 현장 재검증=이날 오전 11시 유족 대표 8명이 군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김 일병의 범행 당일 행적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장 재검증은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들의 설명이 김 일병의 진술을 토대로 한 첫 발표와 큰 차이가 없고 부대원과의 면담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는 데 대해 유족들이 불만을 가졌기 때문.

유족 대표 조두하(52) 씨는 “현장에 보존된 혈흔이 누구 것인지 군 당국이 밝히지 않고 있다”며 “조사를 안 한 것인지, 알고도 쉬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유족들은 김 일병을 처음 만났다. 포승줄에 묶인 김 일병은 총을 들고 30여 분간 태연하게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김 일병은 “누가 미웠느냐”는 물음에 “다 미워서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재검증을 거부하면서 수사단장 교체, 국방부 장관 및 육군참모총장 면담, 생존 소대원의 즉각 조문 실시 및 특별휴가 등 3개항을 요구했다.

▽유족들이 제기하는 의문점=사건 당일 김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기까지 7분간의 행적에 대해 유족과 군 당국이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먼저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한 김 일병이 김종명 중위를 쏘고 상황실, 취사실을 거쳐 내무반으로 다시 돌아가 총을 난사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김 일병이 김 중위 및 취사실에 있던 조정웅 상병에게 총격을 가한 뒤 내무반에 들어가 수류탄을 던지고 사격을 했다는 입장.

지금까지는 김 일병이 오전 2시 36분부터 7분 동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작 시간이 이보다 빠르고 2분 만에 범행을 끝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의원 상병이 내무반에서 수류탄을 끌어안았는지 여부도 논란거리. 유족들은 총 소리를 듣고 깨어 있던 박 상병이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막았다고 주장했다. 수류탄의 파괴력이 적었고 파편의 50% 이상이 박 상병에게 집중돼 있었다는 것.

군은 김 일병이 다들 잠든 사이에 내무반에 들어가 수류탄을 던졌고 우연히 박 상병 옆에서 터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족들은 군의 해명이 미흡할 경우 김 일병의 수양록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인권위 “김일병 前근무지서 두차례 폭행 당했다”▼

▽김 일병 “폭행당했다”=인권위는 이날 “김 일병이 GP 근무 중 선임병으로부터 두 차례 폭행을 당했으며 그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이 언어폭력만 당했을 뿐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다.

총기난사 사건 당일인 19일 인권위의 1차 조사에서 김 일병은 “언어폭력 외에 군 생활에 불만이 없다”고 진술했었다.

인권위 한희원(韓禧源) 인권침해조사국장은 22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김 일병이 1월부터 3월까지 사고가 난 GP의 인근 GP에서 근무할 때 두 차례에 걸쳐 폭행당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은 이 GP에 근무하다 4월부터 사고가 난 GP로 옮겼다. 김 일병을 폭행한 것으로 지목된 상병들은 사고가 난 GP에는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는 이날 김 일병을 살인 및 군용물 손괴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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