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8월 중 개최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공동발표문에는 ‘전쟁 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 확인’으로 표현돼 ‘국군포로’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북한이 이 정도로 양보한 것도 진전이다.
이 밖에 이산가족 상봉과 면회소 착공 합의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대가로 우리 측은 식량 40만 t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농업과 수산분야에서의 지원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북은 식량을 챙기고 남은 몇 가지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전형적인 남북대화 패턴이 되풀이된 셈이다. 역시 식량이 주된 동인(動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공동보도문에 “평화적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남북이 여러 가지를 합의했지만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북측은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확약했어야 했다. 그것이 한미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남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는데 아쉽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결국 북한의 ‘핵 비켜 가기’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남측은 이제 회담 당사국들, 특히 미국에 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갈 경우 한미관계는 늘 불편했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정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약속했다는 ‘중대한 제안’의 내용을 놓고도 벌써 온갖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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