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 용인시 등의 집값 급등 원인으로 33%는 ‘인기 지역의 수요·공급 불일치’를, 29%는 ‘판교의 중대형 축소 발표’를 들었다. 시장원리를 외면한 부동산정책이 집값 양극화 등 부작용을 낳았으며,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시장원리에 따르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명쾌한 지적이다.
정부는 6월 17일 대책회의에서 서울 강북 등의 주거, 교통,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002년부터 강북 뉴타운 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서울시는 강북의 교통 및 주거 여건 개선에 국고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강북을 국책(國策)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개발하면 부동산 문제의 적지 않은 부분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서울시가 혼자 생색을 내려 한다’며 ‘강북 뉴타운 개발에 대한 대규모 국고 지원은 무리’라고 틀고 있다. 좋은 결과를 위한 협력보다 주도권 다툼부터 벌이려는 알량한 권위의식이 앞서는 모습이다.
강북 개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것은 일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이고, 대다수 지역의 소형 아파트 가격은 안정돼 있다”며 이를 정책의 효과라고 주장했다. 주거 여건 격차와 이를 무시한 시장 억제책에서 비롯된 집값 양극화를 정책의 성공인 양 말하는 것은 ‘서민은 제 분수를 알고 살면 된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비(非)강남권 주민들의 분노를 헤아린다면 실효성(實效性) 없는 강남 때려잡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강북 뉴타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야 옳다. 네티즌의 충고대로 지역별, 소득별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장 친화적 공급 대책 없이는 정부의 실패를 만회하기 어렵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