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책에서 정부는 서울의 명동 여의도 강남을 동북아 금융 허브(거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산관리공사, 금융정보분석원,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증권예탁결제원 같은 금융 관련 공공기관은 왜 지방 곳곳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대책에는 또 팔당 상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지정돼 있는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택지규제 완화 방안도 들어 있다. 수질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 상수원을 위협하는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 주민을 불안하게 한다. 정부 과천청사는 산학연(産學硏) 협동연구단지로 조성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과천청사를 팔아 행정도시 건설비용에 충당한다던 계획은 어떻게 됐는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며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을 빼 가기로 결정하고서는 이제 와서 서울을 동북아 거점도시이자 국가 혁신 창출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수도권의 민심(民心) 악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 경기지역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전달한 수도권 발전방안은 무려 6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한쪽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한다며 시급한 기업 유치에 제동을 걸고, 다른 쪽으로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심각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충청권은 행정도시 추진으로, 비(非)충청권은 무리한 공공기관 이전과 20여 개의 도시 건설로, 수도권은 설익은 발전대책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인가. 단계적이고 치밀한 국토종합계획은 간 곳 없고 지역 민심에 따라 ‘카드 돌려 막기’ 식으로 정책을 남발하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이런 난개발 조장에 따른 후유증 때문에 경제를 살려내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미 전국 곳곳이 투기 광풍(狂風)에 휩싸여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책사업의 비용이 급증해 당초에는 적절했던 계획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여건도 더욱 어려워졌다. 빈부 양극화도 심화됐으면 됐지, 완화되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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