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통합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경북대 학생)
통합을 추진 중인 경북대와 상주대의 학생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국립대 구조조정 과정에서 차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은 사라지고 ‘먹느냐, 먹히느냐’의 약육강식 논리만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주는 발언들이다.
상주대 교수 120명은 며칠 전 독자적으로 투표를 강행해 74%가 통합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들은 “기습투표는 무효”라며 발표장에 분말소화기를 뿜어대기까지 했다.
결국 상주대 김종호 총장은 27일 “통합 논의가 학내 구성원 간의 극단적인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며 통합논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교수들은 “총장의 일방적이고 반민주적인 통합논의 중단 선언은 무효”라며 총장불신임 운동을 결의하는 한편 독자적인 통합추진에 나섰다.
경북대 쪽에서도 학생과 직원, 동문을 중심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대학의 움직임은 이번 통합추진 과정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상주대 학생들은 대부분 “대등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북대에 잡아먹힌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압적 통합 추진은 일제강점 논리와 다를 바 없다”거나 “통합으로 상주대가 덕 본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은 참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북대 학생들은 “대학의 규모나 지명도에서 뒤지는 상주대와 통합하면 경북대의 위상이 동반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상주대와 통합할 바에야 등록금을 올려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다 못한 상주시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두 대학에 ‘통합제도개선’을 건의했다. 대학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깊이 있게 논의해 공감대부터 형성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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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는 상주대보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상주대는 역사가 더 깊고 농업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 왔다. 이런 특성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통합이 추진돼 왔다.
그러나 그 기대는 흔들리고 있다. 미래를 위한 통합문제가 과거의 전통 경쟁이나 현재의 밥그릇 싸움에 발목을 잡힌다면 그 기대는 영영 멀어질지 모른다.
이권효 사회부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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