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일섭]존경받는 기업 많이 나오려면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동아일보와 한국IBM BCS가 선정한 제2회 ‘2005년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의 대상(大賞)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유한킴벌리가 선정되었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화재의 금상과 LG전자, 교보생명, LG화학 등의 은상 및 유한양행, KT, 신세계, 아시아나항공, 안철수연구소 등 기타 수상 기업의 면면을 보면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작년 1회 때 “우리나라에 존경받는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기업의 수가 과연 30개나 될 수 있는지”를 놓고 토론하던 기억이 새롭다.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등을 통해 재벌 체제의 폐해와 분식회계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고 특히 대선자금 수사 등을 겪으며 기업이 편법과 불투명, 부패와 비자금의 온상인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려주는 검증시스템이 없어 기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잘못 매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과 국부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무시당하는 풍토에서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어렵다. 정상적으로 경영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하고, 그런 기업이 존경받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정상적 기업이 정상(頂上)에 서는 것은 사회의 정상화와 맞물린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기업은 성장 잘하고, 투자·고용 많이 하고, 세금 잘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노조와 대등한 협상을 해야 한다든지, 윤리경영을 요구받는다든지, 기부 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것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들어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려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기업은 ‘투자가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만든 수단(cash generating machine)’으로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사회시스템의 주 참여자로 진화하고 있다.

일류기업은 ‘강한 기업’과 ‘좋은 기업’의 특성이 결합되어 성취된다. 강한 기업은 전통적으로 기업인들이 추구하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며, 좋은 기업은 강한 기업의 성취과정에서 구성원, 고객, 거래처와 상생(win-win)의 관계를 갖는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주가치 실현, 소비자에 대한 공헌, 직원 만족, 공정한 파트너십, 투명한 경영 및 회계, 부패방지, 환경보호,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등이다. ‘윤리경영’의 요건이기도 한 이들 항목을 가만히 따져보면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윤리경영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 정도가 아니라 ‘윤리경영이 곧 경쟁력’이라고 보는 새로운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의 존경받는 기업 선정 과정에서 사용된 주주(가치), 직원(만족), 고객(만족), 사회(공헌), 환경(보전)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골고루 존경받는 경영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출, 고용, 투자, 납세는 기본이다. 삼성전자는 주주와 환경에서, 유한킴벌리는 직원과 사회에서, 그리고 삼성화재는 고객에서 각각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대기업은 자원의 뒷받침이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유한킴벌리 같은 중견기업이 당당하게 대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 ‘성적은 덩치순이 아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변화가 극심한 세계화된 경영 환경에서 강한 기업, 좋은 기업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초인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우리 국민이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같은 국보급 CEO를 최고과학자 1호 황우석 박사만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입국의 꿈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일섭 다산회계법인 대표·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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