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로자 가구의 하위 20%는 지난해 실질소득이 줄었다. 전국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0%는 올해 1분기 가계수지가 적자였다. 영세자영업자의 30%는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113만 원)에 못 미친다. 자영업자의 20%는 연 매출액 대비 부채 비율이 평균 174%다. 이 총리는 이런 숫자를 보고받지 못하는지 ‘서민생활이 안정을 찾고 있다’고 보았다. 판단이 이런데, 서민의 고통을 함께 느낄 때나 세울 수 있는 대책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 총리는 “집값이 서울 강남만 오르고 마포와 서대문 등 나머지 지역은 오르지 않았다”며 부동산정책이 성공한 듯이 말했다.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이 분배 양극화를 부른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2년여에 걸쳐 ‘강남 때려잡기’ 정책을 폈다. 집값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이 결과다.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와 고양시 일산 일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도 가격오름세가 가파르다. 이 부총리는 분배 양극화를 부추긴 정책을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는 또 “개발계획으로 땅값은 오르지만 거래가 별로 없다”고 했다. 땅 소유자가 가격의 추가 상승을 예상해 팔지 않는 것을 ‘시장의 안정’으로 보는 모양이다. 땅 투기 바람은 공기업 이전 발표 후 더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는 8월에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2주 전에 밝혔다. 그동안의 정책을 성공이라고 보면서 내놓을 대책이 집값 양극화와 전국의 투기장화에 또 한번 기름을 붓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총리는 또 “투자가 건전해지고 있다”며 “부작용을 낳는 경기부양책은 안 쓴다”고 했다. 몇 년째 성장성 있고 유망한 곳에 대한 투자가 부진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있음을 경제전문가들과 시장은 알고 있다. 정부는 수십조 원의 재정을 쏟아 넣고, 수백조 원 규모의 각종 국토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써 왔다. 그럼에도 외국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3%대로 낮춰 잡고 있다. 대선 때 노 후보가 연 7%로 공약한 성장이 3%대로 떨어지는데 이 총리는 오히려 ‘무리한 성장’의 부작용을 걱정한다.
정책의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직한 대안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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