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강화는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며 내신 반영 비중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정면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을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논술은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최소한의 자구 조치”라며 “이것저것 다 못하게 한다면 수험생 얼굴만 보고 뽑으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논술 강화 때문에 사교육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런 사태가 온 데 대해 교육·시민단체의 책임은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해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등은 “수능 성적을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는 등 점수 따기 경쟁이 심각하다”며 수능 5등급화나 자격고사화까지 요구했다. 그 절충안으로 교육부가 수능 9등급제를 채택한 것이다.
대학들은 수능 일정 등급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을 놓고 전형할 때 수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어떤가. 평준화제도에선 공부 못하는 학교나 잘하는 학교나 등급만 같으면 동일한 공신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대학이 학생의 실력을 직접 평가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학들은 “학생부만 믿고 무작정 내신 비중을 높였다가 나중에 변별력이 없으면 그 혼란을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한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누구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켜 있다. 교육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학들은 논술시험을 어떻게 낼지 고심하고 있고 10월경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학들도 논술을 어렵게 출제해 사교육이 성행하고 공교육이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입시에 관한 한 대학이 강자이기 때문이다.
노시용 교육생활부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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